오늘의 이야기

백유경 2권 24절에는 참깨를 볶아서 밭에 심은 한 사람의 우화가 전해진다.
한 농부가 평소 날참깨를 그냥 씹어 먹으며 밋밋한 맛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참깨를 고소하게 볶아서 먹어볼 기회가 생겼다. 한 입 씹자마자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향과 풍미에 농부는 깊이 탄복했다. 그리고 그 순간, 한 가지 생경한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이렇게 고소하고 맛있는 볶은 참깨를 밭에 심는다면, 나중에 싹이 터서 자랄 때도 처음부터 볶아진 고소한 참깨가 열리지 않을까? 그렇다면 수확한 뒤에 일일이 볶는 번거로움도 피하고, 훨씬 빠르게 맛있는 참깨를 가득 얻을 수 있겠지.’
생각에 흠뻑 빠진 그는 망설임 없이 창고에 보관해 두었던 소중한 참깨 씨앗을 전부 가져와 달달 볶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볶은 참깨를 들판의 넓은 밭에 정성껏 뿌렸다. 시간이 지나 비가 내리고 햇살이 내리쬐었지만, 밭에서는 아무런 싹도 터 나오지 않았다. 열을 가해 생명력을 잃어버린 씨앗이 땅속에서 까맣게 썩어버렸기 때문이다. 농부는 고소한 열매를 빨리 얻으려다 자신이 가진 모든 씨앗과 한 해 농사를 통째로 날려버리고 말았다.
이 이야기가 말하는 것

이 허무하고도 우스꽝스러운 일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바로 결과가 주는 달콤함만 탐내어, 그 결과를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생명력과 과정을 태워버려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참깨가 고소한 맛을 내기 위해서는 먼저 생명력을 품은 단단한 씨앗이 땅속에 묻혀 싹을 틔워야 한다. 비바람을 견디며 줄기를 올리고 잎을 넓힌 뒤에야 비로소 참깨라는 결실을 맺는다. 그리고 그 결실에 불을 가하고 다듬는 마지막 가공 과정을 거쳤을 때 비로소 그 고소한 풍미가 완성된다.
하지만 이야기 속 인물은 이 길고 지루해 보이는 자연의 순서를 모두 생략하고 싶어 했다. 과정의 수고로움을 건너뛴 채 마지막 단계의 달콤한 결과만을 처음부터 손에 쥐려 했던 조급함이 문제였다. 결실의 맛에만 눈이 멀어 정작 열매를 맺게 해줄 씨앗의 본질, 즉 생명력을 파괴해 버린 셈이다.
어떤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화려한 결과물이나 남들이 거둔 높은 성과를 볼 때도 마찬가지다. 완성된 결과의 형태를 그대로 복제해서 당장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욕심에 사로잡히기 쉽다. 하지만 뿌리가 내리고 줄기가 자라는 비가시적인 시간과 원칙을 무시한 채 얻어지는 온전한 결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삶에 대입하면

매일같이 시세판을 확인하고 계좌 잔고를 살피는 일상 역시 이 참깨 농사꾼의 모습과 닮아 있을 때가 많다.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시드머니를 만들고, 기업의 가치를 공부하며 시간을 두고 자산을 키워가는 과정은 때로 느리고 지루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과정을 건너뛰고 단기간에 커다란 수익률이라는 고소한 열매만 얻고 싶어 하는 유혹에 쉽게 흔들리곤 한다.
단기 급등주 소식이나 고위험 투자로 대박을 쳤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차분하게 시드머니를 다지고 리스크를 분산하는 기본 원칙은 고리타분해 보이고, 당장 고수익을 가져다줄 것 같은 화려한 수단에 자산 전체를 던져 넣고 싶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마치 밭에 뿌려야 할 소중한 원금을 뜨거운 불판 위에 올려 달달 볶아버리는 행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검증되지 않은 고위험 상품에 무리하게 자금을 쏟아붓거나 남의 말만 믿고 즉각적인 대박을 노리는 투자 방식은, 씨앗의 생명력을 없애 버리는 위험한 선택이다. 단기적으로는 고소한 냄새가 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한 번 불에 타서 손실을 입은 원금은 다시는 자산의 싹을 틔우지 못한다. 결국 투자의 진짜 목적이 자산을 키우는 것이라면, 원금이라는 씨앗의 생명력을 지키는 리스크 관리가 우선되어야 한다.
직장 생활과 개인의 역량 개발도 같은 맥락이다. 눈앞의 성과나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스펙만을 좇다 보면, 정작 자신의 내실을 다지고 실력을 쌓는 기초 체력 형성에는 소홀해지기 쉽다. 당장 눈에 보이는 달콤한 보상에 혹해 본질적인 역량을 키우는 과정을 생략한다면, 정작 큰 기회가 왔을 때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시들어버리게 된다. 원인 없이 결과만 단숨에 손에 쥐려는 조급함을 내려놓고, 씨앗을 가꾸는 마음으로 매일의 담담한 루틴을 쌓아가는 것이 자산을 지키고 키우는 지혜로운 길이다.
오늘의 실천
새로운 투자를 결정하기 전, 빠른 수익이라는 화려한 결과에 눈이 멀어 소중한 원금을 위협하는 무리한 선택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단 5분간 점검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속세 적응 단어장]
- 인과(因果): 모든 투자 수익과 손실은 리스크 관리와 시장 공부라는 적절한 원인에서 비롯된다는 법칙 / 어떤 결과도 그에 비례하는 원인과 과정 없이 홀로 나타날 수 없다는 연기의 핵심 이치 / 빠른 성과에 조급해하기보다 건강한 원인을 쌓는 매일의 루틴에 집중하기.
- 방하착(放下着): 조급함에 밀려 원금을 위협하는 단기 고수익이나 검증되지 않은 소문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태도 / 마음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욕망과 분노, 과도한 기대를 조용히 놓아버리는 마음가짐 / 시장의 잡음에 휘둘리지 않고 본래 세웠던 장기적 자산 관리 계획을 담담히 지켜내기.
참고 경전·자료
- 참고 경전: 백유경 2권 24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