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야기

옛날 어느 마을에 재산은 많지만 세상 이치를 잘 모르는 어리석은 부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그가 근사하게 지어진 어느 장자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 집의 높고 화려한 3층 집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웅장한 크기와 탁 트인 시야를 가진 3층 공간이 너무나 탐이 났던 것입니다.
부자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그 웅장한 집을 지었던 목수를 당장 불러들였습니다.
“내게도 똑같이 멋진 3층 집을 만들어 주게.”
목수는 알겠다고 답하며 즉시 땅을 고르고, 차근차근 벽돌을 쌓아 올리며 1층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부자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목수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목수가 1층부터 단단하게 쌓아야 집이 완성된다고 대답하자, 부자는 화를 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아래에 있는 1층과 2층은 아무래도 상관없네! 내가 원하는 건 오직 탁 트인 3층 집뿐이니, 당장 3층부터 지어 올리게!”
목수는 기가 막혀하며 1층과 2층을 짓지 않고는 3층을 공중에 띄워 올릴 방법이 없다고 몇 번이고 설명했으나, 부자는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이 광경을 구경하던 마을 사람들은 바닥도 없이 공중에 3층 집만 지어 달라고 떼를 쓰는 부자의 어리석음을 보며 비웃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동양의 오래된 비유 설화집인 백유경 1권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우화 중 하나입니다.
이 이야기가 말하는 것

이야기 속 부자의 모습은 얼핏 보면 터무니없는 웃음거리처럼 느껴집니다. 1층과 2층이라는 바탕 없이 3층이 공중에 떠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은 지극히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옛 가르침에서 이 이야기를 굳이 기록해 둔 이유는, 눈부신 결과만을 간절히 바랄 때 필수적인 과정을 무시하는 착각에 너무나 쉽게 빠지기 때문입니다.
모든 현상과 결과는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 이전의 여러 조건과 단계들이 연쇄적으로 이어져 나타납니다.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그 결과가 서 있을 바탕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원리입니다.
1층을 다지는 일은 눈에 잘 띄지 않고 지루하며 때로는 먼지를 뒤집어써야 하는 고된 작업입니다. 화려한 전망을 자랑하는 3층에 비하면 볼품없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지루한 기초 작업을 건너뛰고 곧바로 반짝이는 결과만 손에 쥐고 싶어 하는 유혹에 자주 흔들리게 됩니다.
그러나 원인이 차곡차곡 쌓이지 않으면 결과라는 열매도 결코 맺힐 수 없습니다. 단계를 건너뛰고 얻으려는 결과는 밑바닥이 없는 허상과 같아서, 작은 바람에도 쉽게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자본주의 삶에 대입하면

오늘날 직장 생활과 재테크의 풍경을 둘러보면, 우리 역시 3층 집만 빨리 지어 달라고 요청하던 우화 속 부자와 닮아 있을 때가 많습니다.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정교한 업무 역량이나 직무 경험을 쌓기도 전에 높은 연봉과 뛰어난 커리어만 빠르게 손에 넣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혹은 매달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을 차곡차곡 모으고 지출을 관리하는 일은 지루하게 느끼면서, 한 번에 큰 수익을 안겨줄 고위험 투자처만 찾아다니는 모습도 이와 비슷합니다.
단단한 자산 기반을 쌓는 일은 마치 1층의 흙을 고르고 벽돌을 하나씩 놓는 과정과 같습니다. 수중에 몇백만 원, 몇천만 원을 모으는 과정은 더디게 느껴지고, 당장 내 삶을 극적으로 바꿔주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주변에서 주식이나 코인으로 순식간에 큰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들려오면, 내가 쌓고 있는 1층 벽돌이 너무나 보잘것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지루한 기본기를 건너뛰고 곧바로 3층이라는 높은 수익으로 뛰어들곤 합니다. 제대로 된 시장 분석이나 위험 관리 능력, 자산 배분 전략 같은 기본 구조 없이 무작정 자금을 쏟아붓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초 체력이 없는 상태에서 운 좋게 거머쥔 큰 수익은 오래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시장 환경이 변하거나 예상치 못한 변동성이 찾아왔을 때, 이를 받쳐줄 단단한 투자 철학이나 자금 관리 능력이 없다면 순식간에 자산을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부를 이루고 유지하는 과정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매달 일정 금액을 꾸준히 적금이나 지수형 펀드에 넣고, 스스로 지출을 통제하는 습관을 들이며, 경제의 기초 흐름을 읽는 눈을 키우는 것이 바로 1층과 2층을 튼튼히 짓는 작업입니다.
남들의 웅장한 3층 집을 보며 조급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지금 모으고 있는 소박한 월급의 일부와, 매일 시황을 읽고 공부하는 작은 습관들이 결코 사라지지 않고, 훗날 튼튼한 3층 누각을 받쳐줄 가장 강력한 주춧돌이 됩니다.
과정을 성실하게 지키는 사람만이 마침내 도달한 높은 위치에서도 흔들림 없이 편안하게 결실을 누릴 수 있습니다.
오늘의 실천
이번 달 지출 내역 중 나도 모르게 새어나간 사소한 비용 하나를 찾아내어 다음 달부터 줄여보는 것부터 시작해 볼 수 있습니다.
[속세 적응 단어장]
- 시드머니(Seed Money): 재테크나 투자를 시작하기 위해 차곡차곡 모은 기초 자금 / 모든 결과는 그에 맞는 씨앗과 원인이 먼저 쌓여야 발아한다는 이치 / 조급하게 한방을 노리기보다 단단한 기초 자산부터 다지는 태도
- 인과(因果): 어떤 결과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원인과 조건이 작용한다는 법칙 / 결과만 탐하기보다 그 결과를 만드는 과정에 성실해야 한다는 통찰 / 대박을 바라기 전에 매일의 사소한 경제 습관부터 점검하는 자세
- 단계적 투자(Dollar-Cost Averaging):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일정한 주기와 금액으로 자산을 나누어 매수하는 방식 / 한 번에 모든 것을 얻으려는 탐욕을 내려놓고 시간에 따른 연쇄적 결실을 기다리는 지혜 /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으로 1층부터 차근차근 자산을 쌓아가는 실행력
참고 경전·자료
- 참고 경전: 백유경 1권 10절
- 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