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야기

옛날 어떤 마을에 손님들을 크게 초대해 맛있는 우유를 한껏 대접하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매일 소에게서 짜내는 우유를 항아리에 모아두면, 날씨 때문에 쉽게 상하거나 공간을 많이 차지할까 봐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 머릿속에 기발해 보이는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우유를 소의 몸속에 그대로 남겨두었다가, 손님들이 찾아오는 잔칫날에 한꺼번에 짜내면 신선함도 유지하고 엄청난 양을 한 번에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그 사람은 그날부터 어미 소와 새끼 소를 따로 떼어놓고 한 달 동안 젖을 단 한 번도 짜지 않은 채 그대로 두었다. 드디어 잔칫날이 찾아왔고, 동네 사람들이 신선하고 달콤한 우유를 맛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주인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으며 소를 끌고 나와 젖을 짜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달 동안 우유를 짜지 않고 방치한 어미 소의 유선은 이미 바싹 말라붙어 있었고, 단 한 방울의 우유도 나오지 않았다. 모여든 사람들은 주인의 어리석은 착각을 비웃으며 돌아섰고, 잔치는 허탈하게 끝나버렸다. 이 비유는 동방의 오랜 지혜를 담은 경전인 백유경 1권 2절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가 말하는 것

우화 속 주인의 결정적인 실수는 거대한 결과를 한 번에 얻겠다는 욕심 때문에 매일 이루어져야 하는 순환의 과정을 멈춰버렸다는 데 있다. 소의 젖은 매일 짜내고 순환시켜 줄 때 비로소 계속해서 신선하게 생성되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우유가 상할까 봐 모아둔다는 핑계 뒤에는, 매일 일정한 수고를 들이고 보관 방식을 고민해야 하는 현재의 번거로움을 피하고 싶었던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을지 모른다.
한꺼번에 큰 결실을 만들어내겠다는 거창한 계획과 완벽한 조건을 기다리겠다는 미루는 태도가 결합하면, 정작 본인이 이미 가지고 있던 소중한 자원마저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린다. 동양의 오랜 철학에서는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작은 자원에 감사하고 이를 성실히 돌보는 마음가짐을 강조한다. 먼 미래의 거대한 무언가를 핑계 삼아 현재 손에 쥔 작고 소중한 가치를 방치하다 보면, 막상 때가 되었을 때 손에 남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수 있다는 경고를 던져준다.
자본주의 삶에 대입하면

오늘날 직장인들의 돈 관리나 투자를 들여다봐도 이 소 젖 모으기와 참 닮은 구석이 많다. 흔히 “목돈 3천만 원이나 5천만 원쯤 모이면 그때부터 제대로 공부해서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해 보겠다”라며 월급을 그냥 통장에 가만히 재워두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매달 통장에 찍히는 몇 십만 원, 몇 만 원의 소액은 너무나 보잘것없어 보여서, 거대한 자금 규모가 갖춰질 때까지 금융 활동이나 자산 운용을 미뤄두는 셈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세상에서 아무런 움직임 없이 가만히 잠들어 있는 현금은 시간이 흘러갈수록 스스로의 가치를 잃어간다. 매년 올라가는 물가와 화폐 가치의 하락은 어미 소의 유선이 바싹 말라붙는 것과 똑같은 현상을 만들어낸다. 과거에 100만 원으로 살 수 있었던 물건이나 자산의 가격이 몇 년 뒤 120만 원, 150만 원으로 치솟는 동안, 통장에 가만히 넣어둔 현금의 실제 구매력은 눈에 보이지 않게 조금씩 쓸려 내려가며 말라붙는 셈이다.
또한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한 번에 거금을 굴리겠다는 생각은 시장의 변동성을 대하는 측면에서도 위험한 접근이 될 수 있다. 평소에 5만 원, 10만 원이라는 작은 금액으로 주식이나 펀드를 사보며 시장이 오르고 내리는 파도를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모인 커다란 목돈을 한꺼번에 투입하면 자그마한 시세 변화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 마련이다. 소액으로 매달 경험을 쌓아가는 담담한 실천이야말로 나중에 커다란 시장의 흔들림을 견뎌낼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의 근육이 되어준다.
금융에서 말하는 소액 적립식 투자나 주기적인 분할 매수 역시 이러한 관점과 통한다. 매달 들어오는 소득의 일부를 떼어 규칙적으로 자산으로 바꾸어 나가는 과정은, 매일 아침 소의 젖을 부지런히 짜내어 유용하게 가공하는 일과 같다. 지금 손에 쥔 소액이 비록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작아 보일지라도, 그 작은 현금흐름을 움직이며 얻는 시장 감각과 학습의 경험은 겹겹이 쌓여 훗날 큰 자산을 안전하게 운용하는 바탕이 된다. 한 번에 대단한 성과를 내려하기보다 매일의 과정을 소소하게 이어가는 태도가 금융 생활을 오래도록 건강하게 지켜주는 비결이다.
오늘의 실천
목돈이 다 모일 때까지 자산 운용을 미루기보다, 부담 없는 월 3만 원이나 5만 원 수준의 소액으로 지수 추종 상품이나 적립식 펀드를 하나 개설해 바로 실행에 옮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속세 적응 단어장]
- *분할 매수: 자산을 한 번에 모두 구매하지 않고 일정 기간 나누어 정기적으로 매수함으로써 평균 단가를 낮추고 리스크를 줄이는 투자 기법 / 거대한 결과를 한 번에 얻으려 욕심내지 않고 매일 작은 실천과 공덕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중도적인 태도 / 매달 월급날 직후 적은 금액이라도 자동으로 투자 상품에 빠져나가도록 자동이체를 설정해 두면 마음의 흔들림 없이 장기적 투자를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
- *지족: 현재 자신의 소득 수준과 현금흐름을 정확히 파악하여 이에 맞는 현실적인 소액 투자부터 차근차근 시작하는 자산 운용의 기준 / 이미 가지고 있는 현재의 조건과 상황에 만족할 줄 알고 헛된 탐욕으로 먼 미래의 허상만 바라보지 않는 지혜 / 타인의 화려한 투자 수익률에 눈높이를 맞추기보다 지금 내가 당장 굴릴 수 있는 자금부터 차분하게 관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편이 바람직하다.
- *구매력 위험: 물가 상승으로 인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금 자산으로 구매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의 실제 가치가 떨어지게 되는 위험 / 모든 현상은 영원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현금을 고정된 실체로 믿고 맹목적으로 움켜쥐고만 있는 상태 / 단순히 시중 은행의 기본 예적금이나 현금으로만 통장에 묶어두는 것은 자산 방어 측면에서 부족할 수 있으므로 물가상승률을 상회할 수 있는 자산으로 현금을 조금씩 바꾸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참고 경전·자료
- 참고 경전: 백유경 1권 2절
- 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