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야기

먼 옛날 어떤 사람이 평생 뼈 빠지게 일하며 번 돈을 금으로 바꿔 땅속에 묻어두는 취미를 갖고 있었다. 그는 제대로 먹지도 않고 옷 한 벌 제대로 사 입지 않으면서 오직 금 단지 숫자를 늘리는 일에만 삶 전체를 바쳤다. 그렇게 어렵사리 금 일곱 단지를 채워 땅속 깊숙이 숨겨놓았지만, 그 가치를 단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한 채 덜컥 무서운 병에 걸리고 말았다.
죽음을 앞에 두고도 그가 눈을 감지 못했던 이유는 하나였다. 자신이 수없이 고생하며 모은 금 단지를 누군가 가져갈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불교 경전 중 하나인 현우경 제3권 칠병금시품에는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집착을 버리지 못해 뱀으로 태어났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는 뱀의 몸으로 자기가 묻어둔 금 단지를 타원형으로 감싼 채, 수만 년 동안 그 지하 창고를 떠나지 못하고 지켰다고 한다.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 흙집이 무너지고 마을이 폐허가 되어도 뱀이 된 그는 금에 대한 집착 때문에 사슬처럼 묶여 구천을 떠돌아야 했다. 자기가 가진 재산의 주인이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재산의 노예가 되어 영원히 감옥 같은 지하에 갇혀버린 셈이다.
이 이야기가 말하는 것

이 우화가 던지는 질문은 담백하다. 우리가 애써 모으는 돈과 자산이 진짜 나를 위한 수단인지, 아니면 나를 묶어두는 감옥인지를 묻는다. 현우경에 등장하는 사나이는 모으는 과정의 고통과 모은 후의 불안감 사이에서 평생을 보냈고, 죽어서까지 그 재산을 파수꾼처럼 지키느라 정작 자기 인생을 단 한 순간도 다채롭게 살지 못했다.
불교에서는 이처럼 내가 움켜쥐고 있는 대상이나 결과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태도를 경계한다. 무언가를 모으고 준비하는 행위 자체는 삶을 지탱하는 성실함이지만, 그 대상과 나를 동일시하여 손에 쥐고 놓지 못할 때 마음의 자유는 사라진다. 수단이 목적을 압도해버리는 전도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진정한 풍요는 단순히 쌓아둔 수량의 크기에서 오지 않는다. 내 손 안에 있는 가치를 적절하게 유통하고 삶의 안전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유연함이 있을 때 재물은 비로소 제 기능을 한다. 움켜쥔 손을 조금 느슨하게 풀어줄 때만 그 재산이 내 삶을 가치 있게 채우는 연료가 될 수 있다.
자본주의 삶에 대입하면

오늘날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도 금 단지를 껴안고 지키는 뱀과 유사한 장면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매달 적금을 넣고 주식을 사 모으면서 통장 잔고가 늘어나는 것에서 안도감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경제 활동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삶의 질이나 건강, 주변 사람과의 관계보다 잔고의 숫자가 우선순위가 되는 현상이 찾아오곤 한다.
필요한 소비조차 무서워서 미루고, 자기계발이나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투자마저 아까워하며 숫자에 갇혀버리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자산이 줄어들까 봐 밤잠을 설치고 시장의 조그만 흔들림에도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린다면, 그것은 돈을 굴리는 주체가 아니라 돈의 숫자에 조종당하는 파수꾼에 가까워진 상태일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를 형성하는 목적은 결국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을 더 안온하고 선택의 폭이 넓게 만들기 위함이다. 미래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 현재의 삶을 전부 깎아내리며 모으기만 한다면, 결국 모아둔 잔고만 남긴 채 정작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모두 지나쳐버리는 우를 범하게 된다.
자산을 굴리고 모으는 일을 일상의 소중한 루틴으로 가져가되, 통장 속 숫자가 내 존엄성이나 행복의 절대적 기준이 되지 않도록 거리를 두는 연습이 필요하다. 자산이란 삶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발판일 뿐, 내 삶 전체를 지배하는 목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여볼 수 있다.
오늘의 실천
통장 잔고나 주식 계좌 앱을 습관적으로 확인하는 횟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모아둔 자산 중 아주 작은 일부를 나 자신의 건강이나 배움을 위해 담담하게 사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속세 적응 단어장]
- [현우경(賢愚經)]: 5세기 중국 혜각 등이 번역한 불교의 대표적 인연 비유 경전 / 지혜로운 행위와 어리석은 행위의 인과관계를 쉬운 설화 형식으로 전달함 / 내가 짓는 소비와 투자의 습관이 미래의 마음 상태를 결정짓는다는 인과적 안목을 기르는 데 유용함
- [방하착(放下着)]: 불필요하게 움켜쥐고 있는 집착과 분별심을 내려놓는 수행적 태도 / 마음속에 강박적으로 쥐고 있던 생각이나 물건의 무게를 덜어내는 일 / 잔고 숫자에 대한 과도한 불안이나 손실에 대한 공포를 한발 물러서서 바라보는 연마법
- [자산 수단성]: 돈이나 자산은 삶의 목적이 아니라 유용성을 창출하기 위한 도구라는 경제학적 개념 / 재화가 실제 삶의 효용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유동성이 묶인 고사 자산에 불과함 / 모으는 행위 자체에 갇히지 않고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자산을 바르게 배분하는 전략
참고 경전·자료
- 참고 경전: 현우경 3권 18품 칠병금시품
- daum.net
- dongguk.edu
- w3devlabs.net
- ibulgy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