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야기

잡아함경 9권에는 거문고 연주자 출신의 제자 이야기 하나가 전해집니다. 마음을 다해 수행의 길에 들어선 그 제자는 원하는 성과가 쉽게 나지 않자 조급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잠도 제대로 자지 않고 발바닥에서 피가 날 정도로 걷는 수행을 하며 자신을 가혹하게 몰아붙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마음의 평정을 얻지 못하고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버리자,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 원래 하던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됩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스승은 제자를 찾아가 따뜻한 질문을 하나 던집니다. 출가하기 전 거문고를 아주 잘 탔다고 들었는데, 거문고 줄을 너무 강하게 조이면 어떤 소리가 나는지 물었습니다. 제자는 줄이 너무 팽팽하면 툭 하고 끊어져 버린다고 답했습니다. 스승은 다시 그렇다면 줄을 너무 느슨하게 풀어놓으면 어떻게 되는지 물었습니다. 제자는 줄이 늘어져 있으면 아무리 튕겨도 맑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대답했습니다.
스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거문고 줄이 너무 조이지도 않고 너무 느슨하지도 않게 알맞게 조율되었을 때 비로소 아름답고 부드러운 소리가 나는 법이라고 일러주었습니다. 마음을 쓰고 애쓰는 일 역시 지나치면 조급해져서 들뜨게 되고, 너무 약해지면 게을러지게 된다는 가르침을 전해준 것입니다.
이 이야기가 말하는 것

이 오래된 비유가 건네는 지혜는 극단에 빠지지 않는 알맞은 균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무언가를 이루고자 할 때 많은 사람이 한쪽 끝으로 치닫는 경향을 보입니다. 목표를 향해 스스로를 한계까지 압박하며 내달리거나, 반대로 지쳐버린 나머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손을 놓아버리는 식입니다.
하지만 거문고의 아름다운 소리는 팽팽함과 느슨함 그 중간의 미묘한 지점에서 나옵니다. 여기서 말하는 알맞은 균형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적당히 타협하는 소극적인 상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끊어지지 않을 만큼의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소리가 널리 울려 퍼질 수 있는 여유를 동시에 확보하는 능동적인 조율의 과정입니다.
삶을 다스리는 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무작정 자신을 채찍질하는 가혹함도, 방치에 가까운 무관심도 아닌, 지치지 않고 계속 걸어갈 수 있는 자신만의 호흡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자본주의 삶에 대입하면

이 비유는 현대인의 일상과 경제 활동에도 구체적인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첫째는 지출과 절약의 긴장감입니다. 재테크를 시작하면서 극단적인 절약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사교 활동을 끊고 극도로 생활비를 줄이며 스스로를 통제하면, 처음 얼마간은 통장 잔고가 늘어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줄을 너무 팽팽하게 당기면 결국 끊어지듯, 지속 불가능한 절약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낳고 결국 한 번에 과도한 소비로 폭발하거나 삶의 의욕을 꺾어버립니다. 반대로 소비 통제를 전혀 하지 않고 버는 족족 써버리는 삶은 줄이 완전히 풀린 거문고와 같아서 자산 형성이라는 결실을 맺기 어렵습니다.
둘째는 자산 관리에서의 위험 조율입니다. 투자 자산의 전부를 변동성이 매우 높은 상품에 집어넣고 매일 시세창을 확인하며 밤잠을 설치는 상태는 팽팽하게 당겨진 거문고 줄과 같습니다. 자칫 작은 시장 충격에도 마음과 자산이 함께 손실을 입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물가 상승률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안전 자산에만 모든 돈을 묶어두는 것은 소리가 나지 않는 늘어진 줄을 방치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자신의 위험 감수 능력과 일상의 평정심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자산을 나누어 담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셋째는 일하는 방식과 자기계발의 호흡입니다. 회사 생활에서 매일 성과를 내기 위해 자신을 쥐어짜다 보면 결국 번아웃을 맞이하게 됩니다. 반대로 아무런 목표 없이 최소한의 일만 하며 정체되어 있는 것도 삶의 보람을 빼앗아갑니다. 열정을 쏟아붓는 시간과 온전히 쉬어가는 시간을 적절히 배치하는 조율이 있어야 직장 생활이라는 긴 경주를 오래 완주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실천
이번 주에는 내 통장 잔고나 일상 생활 중에서 너무 과하게 쥐어짜고 있거나 반대로 방치해둔 항목을 하나 골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비중을 조금 조정해보는 조율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습니다.
[속세 적응 단어장]
- 중도(中道): (경제학적 의미) 극단적인 위험 선호나 극단적인 안전 선호를 피하고 적정 비율을 유지하는 자산 배분 상태 / (불교철학적 의미) 치우침 없이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현상을 바라보는 태도 / (속세 적응 팁) 재테크든 일상이든 지속 불가능한 극단성을 버리고 오래 이어갈 수 있는 조율점을 찾아봅시다.
- 포트폴리오 리밸런싱(Portfolio Rebalancing): (경제학적 의미)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한 자산 비중을 초기의 목표 비율로 다시 조정해 위험을 관리하는 기법 / (불교철학적 의미) 삶의 팽팽함과 느슨함을 정기적으로 점검하여 본래의 평정심으로 돌아오는 과정 / (속세 적응 팁) 정기적으로 내 자산과 일상의 긴장도를 체크하며 줄이 끊어지기 전에 매만져주는 습관이 필요합니다.